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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의 이론과 실제

저자 : 정운찬
발행일 : 2003-06-10
ISBN-13 : 9788985177955
ISBN-10 : 8985177958
판형 : 신국판
페이지수 : 126 쪽
판매가 : 12,000 원

선역자(先譯者) 정운찬은 학술서적이나 학술잡지의 번역을 무의미한 것으로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번역해봤자 문외한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고 관심 있는 전문가들은 외국어에 능하여 구태여 번역물을 읽을 필요가 없다고 여겼던 것이지요. 그러나 외국어 능력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어서 전문가들조차도 번역된 서적이나 잡지를 선호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때로는 비전문가들도 쉽게 씌어진 전문서적을 찾는 걸 보았습니다. 그래서 학술서적이나 잡지의 번역이 중요할 수 있다고 생각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블라인더(A.Blinder) 교수의『중앙은행의 이론과 실제(Cen- tral Banking in Theory and Practice)』는 1990년대 말에 출간되었습니다. 거시경제학의 대가가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부의장을 지낸 경험을 토대로 중앙은행은 어떤 곳인가, 또 어때야 하는가를 적어 놓은 이 책은 선역자가 보기에는 손튼(H.Thornton)의『페이퍼 크레딧』, 배그홋(W.Bagehot)의『롬바드 스트릿』, 세이어즈(R.Sayers)의『배그홋 이후의 중앙은행』, 그리고 굿하트(C.A.E.Goodhart)의『중앙은행의 진화』에 버금가는 훌륭한 책이라 평가받을 만합니다.
선역자는 1999년부터 3년간 서울대학교 경제학부에서 4학년 졸업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화폐금융론 연습 강좌를 개설하고 학생들과 함께 이 책을 읽고 또 읽었으며 중앙은행에 관한 토론도 많이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이 이 책을 번역하자고 제안하여 그들에게 번역물을 학기말 리포트로 제출하라고 했으며 나중에 고쳐 주었습니다. 
이와 거의 같은 때에 후역자(後譯者) 김홍범도 독자적으로 이 책을 번역하여 자신의 원고를 선역자에게 보여주었습니다. 후역자는 오랫동안 중앙은행에 관심을 가져왔고 몇 년 전 이미 굿하트의 『중앙은행의 진화』를 번역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선역자는 당장 후역자에게 같이 번역서를 내자고 제안했고 후역자도 이 제안을 흔쾌히 받아주었습니다. 이 번역서는 바로 그 결과물입니다.
선역자와 후역자는 지난 일년간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원서와 번역원고를 처음부터 끝까지 대조해가며 꼼꼼히 검토하였습니다. 우리들은 이 과정에서 저자와 여러 번 편지를 주고받으며 책의 내용에 대해 질문하고 답을 얻었으며 때로는 미심쩍은 것이나 오타까지 지적하였습니다. 우리들은 이번 번역서의 출간을 위해 결코 적지 않은 시간과 세심한 노력을 투입했습니다. 그 결과, 한국의 독자들은 원서보다는 오히려 이 번역서를 통하여 저자의 의도를 더욱 명확하고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리들은 자부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안으로는 통화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둘러싼 중앙은행인의 사고방식 및 행동을, 밖으로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다룸으로써 중앙은행이 갖추어야 할 대내적 기능과 대외적 위상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들은 번역의 마지막 단계에서 책의 제목을 놓고 조금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원저의 타이틀에 나오는 ‘센트럴뱅킹’을 정확히 옮기면 ‘중앙은행업’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중앙은행’으로 해도 원래의 의미를 전달하는데 별 문제가 없고 일반인도 더욱 친숙하게 느낄 것으로 보아, 본 역서의 제목에서는 센트럴뱅킹을 중앙은행으로 번역했습니다. 
이 책을 전반적으로 관류하는 주제는 통화정책입니다. 블라인더 교수는 이 주제를 통화정책의 목표와 수단, 통화정책수단의 선택과 이용, 그리고 중앙은행의 독립성이라는 세 개의 소주제로 차근차근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는 第1講에서 중앙은행인이 고전적 목표-수단이론(classical targets-instruments approach)을 실제로 적용할 때 부딪치게 되는 불확실성과 시차 등 다양한 문제들을 다룹니다. 중앙은행인은 “창문 밖 내다보기” 전략에 따라 그때그때 눈앞에 전개되는 경제의 모습을 기준으로 상황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통화정책 효과는 긴 시차를 두고 나타납니다. 그러므로 중앙은행인은 경제이론이 가르치는 대로 동태적 프로그래밍(dynamic programming)의 방식에 따라 사고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실제’가 ‘이론’으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것이지요.
第2講은 통화정책수단의 선택 문제, 중립적 통화정책을 정의하는 영점(zero point)의 선택 문제, 그리고 지난 수 십 년에 걸쳐 진행되어온 재량 대(對) 준칙(rules vs. discretion)에 관한 논쟁을 각각 다룹니다. 특히 학계의 재량 대 준칙 논쟁은 시간불일치(time inconsistency)에 기인하는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편의(inflationary bias) 문제를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었습니다. 그러나 블라인더 교수는 인플레 편의가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을뿐더러 평판이나 주인-대리인 계약 등의 해결책도 현실성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논쟁 자체가 그동안 중앙은행의 행동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실제’를 기초로 ‘이론’의 방향이 재조정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지적합니다. 
마지막 第3講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다룹니다. 경험적으로 볼 때 독립적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낮추면서도 장기적 성장을 저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블라인더 교수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지지합니다. 정치적 과정을 거쳐 중앙은행에 부과된 목표(goal)를 달성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수단의 선택과 운용에서 운영상의 자유(operational freedom)를 갖는 것이 저자가 정의하는 중앙은행 독립성입니다. 따라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통화정책에 관한 중앙은행 사고의 투명성을 보다 높여야 안정화정책이 질적으로 개선되고 민주주의 원칙과 더욱 조화될 수 있다고 블라인더 교수는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앙은행이 단기적 시야를 탈피하기 위해 정치로부터는 물론 금융시장으로부터도 독립적이야 한다는 점을 저자는 지적합니다.
이 책은 우리나라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수립 및 집행과 독립성 제고에도 깊은 시사점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한국의 관련 전공자와 실무가들에게 여러 가지 느낄 점을 제공할 것입니다. 정부 관료와 학생 그리고 일반인들도 일독(一讀)을 통해 통화정책 및 중앙은행에 대한 이해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우리들은 기대합니다. 
지금부터 약 30년 전 선역자의 미국 유학시절, 블라인더 교수는 선역자에게 거시경제학을 가르쳐주셨고 선역자가 대학원을 졸업하던 당시에도 학문적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또한, 후역자는 선역자가 귀국하여 서울대학교에 부임한 직후인 약 20년 전 화폐금융론을 선역자에게 배웠던 제자이자 평소 좋아하는 후배입니다. 같은 길을 걷는 선배와 후배가 학문적 사유(思惟)의 공간을 직?간접으로 공유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일입니다. 이번에 후역자와 함께 블라인더 교수의 명저(名著)를 번역하게 된 것을 선역자는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작업을 도맡아 한 후역자에게 선역자는 심심한 사의를 표합니다. 
끝으로, 몇 년 전 선역자가 가르친 화폐금융론 연습 강좌에서 원서의 초역에 참여했던 많은 학생들(하도 많아서 이름을 다 댈 수 없습니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손익계산도 하지 않고 선뜻 번역본의 출판을 맡아준 율곡출판사의 박기남 사장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 책의 표지디자인에 쓸 중앙은행 사진을 여러 장 직접 구해주신 한국은행의 김선희 부국장과, 표지 사진게재를 허락하신 관련 중앙은행의 담당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연구번역과정에서 후역자는 경상대학교 연구보조인력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았으며, 일부 원고의 타이핑과 인덱싱을 도와준 경상대학교 정희완 군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2003년 5월
선역자 정운찬, 후역자 김홍범 씀

 


역사 서문 
저자의 한국어판 서문 
리처드 레이여드 교수의 권두언 
저자 서문 

제1강 통화정책의 목표와 수단 등 ... 1 
제2강 통화정책수단의 선택과 이용 ... 33 
제3강 중앙은행의 독립성 ... 67 

미주 ... 99 
참고문헌 ... 109 
찾아보기 ... 119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프린스턴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 교수 등을 거쳤으며 현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이다. 지은 책으로 <거시 경제론> <금융개혁론> <중앙 은행론> <한국 경제 죽어야 산다> <한국 경제 아직도 멀었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