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글

지난 10년간 본 저자는 매일 새벽 2~3종류의 신문을 보며 하루를 시작하였다. 코로나 사태 이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소위 ‘촛불시위’를 기점으로 거의 매일 시위(示威)나 집회(集會) 소식 등을 신문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다. 민주주의는 이러한 집단행동(collective action)을 통해 구현되는 것인가? 집단행동은 무엇 때문에 일어나는 것인가?

집단행동이론과 관련하여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1965년에 출간된 멘서 올슨(Mancur Olson, 1932~1998년)의 『집단행동의 논리』를 기준으로 집단행동의 발생 원인이 ‘올슨 이전’(Before Olson)과 ‘올슨 이후’(After Olson)로 갈린다는 점이다. 올슨 이전의 경제학자들, 사회학자들 그리고 정치학자들은 공동이익(common interests)을 가지고 있는 개인들로 구성된 어떤 집단은 자신의 공동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집단행동을 할 것’이라는 생각을 당연시했다. 그러나 올슨은 집단들이 비록 공동이익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결코 집단적으로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획기적인 주장을 내놓았다. 결국 올슨의 주장은 사람들이 혼자서는 이‘기’적(利‘己’的, self-interested ; 자신을 이롭게)으로 행동하지만, 어떤 큰(대규모) 집단 내에서는 이“집단”적(利“集團”的, group-interested ; 집단을 이롭게)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어떤 집단 내에 회원들이 적으면 그들은 이집단적으로 행동하지만, 회원들이 많으면 특별한 장치 없이는 이집단적으로 행동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1) 집단의 크기가 작거나 (2) 대규모 집단 내에서 ‘선택적 유인들’(selective incentives)이 제공되거나 집단재 공급을 강제할 수 있다면 회원들은 집단재(集團財, collective good) 공급에 참여함으로써 집단행동이 일어날 수 있다. 선택적 유인은 집단 내 회원들이 집단재 공급에 드는 비용을 부담했는지의 여부(與否)에 따라 그들에게 ‘보상’을 주거나 ‘처벌’을 가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장치의 한 예로 어떤 대규모 집단이 회비를 납부한 회원들에게 생명보험이나 의료정책 등을 제공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많은 집단행동은 이러한 이론에 비교적 잘 부합하고 있다.

본서는 대규모 집단들에서 집단재(공공재)의 특성상 이기적(합리적) 회원들은 집단재 공급에 기여(비용 부담)하지 않고 이익만 얻으려는 ‘무임승차’(free riding) 유인 때문에 당해 집단은 집단재 공급에 실패하게 되는 ‘집단행동의 문제’(problem of collective action)를 이론적 및 게임이론적으로 다룬다. 그러나 대규모 집단들도 회원들에게 ‘선택적 유인들’을 제공할 수 있다면 집단재 공급에 성공할 수 있다. 이러한 논리는 실제 세계에서 집단행동을 효과적으로 설명하는 데 유용하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이념 지향적 집단행동들은 기존의 ‘집단행동의 논리’로는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선택적 유인이 없을 뿐만 아니라 집단재 공급과 집단이익의 성취로부터 각 개인이 얻는 이익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집단행동의 딜레마’와 같다. 이러한 현상은 추후 심층적 연구를 통해 살펴볼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로 전문서적의 국내 출판 환경이 크게 어려워졌음에도 ‘출판보국(出版報國)의 열정’과 기업가정신을 살려 이 책을 기꺼이 내어 주신 율곡출판사 박기남 사장님과 박정헌 기획상무님께 감사를 드린다. 또한 풍부한 상상력으로 책 표지를 멋지게 디자인해 주신 방조일 이사님과 편집 작업에 심혈을 기울여 주신 차은지 대리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2021년 2월 10일

역동서원(易東書院)이 있는 송천 우거에서

이성규 씀

차 례

제1장 집단행동의 논리 개괄    

1. 개인행동과 집단행동의 일치 : 자발적 집단행동의 가능성

2. 개인행동과 집단행동의 불일치 : 자발적 집단행동의 불가능성 또는 ‘집단행동의 실패’

3. 집단행동을 위한 ‘집단화(집단 조직화)의 어려움’ : 집단행동의 문제

4. 집단행동을 가능케 하는 방법 : 집단행동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

5. 집단행동이론의 역사

6. 집단행동이론으로부터의 추론과 유용성

제2장 집단행동 문제의 간략한 역사       

제3장 집단의 크기와 집단행동    

1. ‘작은’(소규모) 집단들

2. 작은(소규모) 집단 내에서 회원들 간의 전략적 상호작용

3. 용의자 딜레마 게임

4. 선택적 유인 : 대규모 집단들의 집단행동 참여 유인

5. 집단행동의 논리와 발생

제4장 집단행동과 게임이론    

1. 집단행동의 문제 : 일반론

2. 집단행동의 문제 : 자발적 공공재 공급의 실패

3. 집단의 크기와 집단행동

4. 잠재집단의 공공재 공급

5. 집단행동과 용의자 딜레마 게임

6. 집단행동과 치킨 게임

7. 집단행동과 보증 게임

8. 집단“무(無)행동”과 사회적 최적

9. 대규모 집단들에서의 집단행동 문제

제5장 집단행동의 일반 논리와 발생 여부    

1. 집단행동은 과연 일어날 것인가? : 집단행동의 통념과 역설

2. 집단행동의 논리

3. ‘사회적’ 선택적 유인

4. 선택적 유인의 문제점

5. 공공재(집단재)에 대한 ‘정보’와 합리적 무지

6. 집단행동의 발생과 ‘소규모’ 집단 : 선택적 유인 없이도 집단행동이 일어날 수 있는 경우

7. 집단행동이론의 형식적 모형

8. 집단행동 논리의 중요성

9. 집단 결성에 ‘성공한’ 집단들과 ‘실패한’ 집단들

6 집단행동의 논리 적용 : 합리적 무지와 암묵적 재분배    

1. 합리적 무지에 대한 개념적 고찰

2. 명시적 재분배와 암묵적 재분배

3. 합리적 무지와 암묵적 재분배

4.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