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판 거시경제론
저자 | : 정운찬,김영식,이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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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 2022-03-15 |
ISBN-13 | : 9791191812213 |
판형 | : 4*6배판 |
페이지수 | : 628 쪽 |
판매가 | : 40,000 원 |
들어가는 글
이 책은 이제 不惑이 되었다. 1982년 초판이 나온 이래 여러 차례 개정을 통해 거시경제 환경의 변화와 이를 설명하는 거시경제학의 동향을 소개하고 독자들의 거시경제적 사고에 일조하고자 노력해 왔다. 이번 개정도 이러한 노력의 연속이며, 한 가지 중요한 차이는 서울대학교의 이재원 교수를 공동저자로 맞이하여 책의 구성과 내용을 대대적으로 업그레이드했다는 것이다. 이재원 교수는 거시경제학 분야의 탁월한 연구실적과 함께 국내외 거시경제학계를 선도할 학자이다.
이번 개정판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번 개정판에서는 처음부터 거시경제학의 미시적 기초(microeconomic foundation)를 자세히 설명하고 이를 토대로 일관되게 거시경제모형을 구축·분석하였다. 거시경제학의 연구대상은 미시경제학과 달리 경제 전체이다. ‘거시경제’는 가계, 기업, 정부 같은 경제주체들과 이들이 거래하는 여러 시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개별 경제주체들의 행위와 시장들의 균형을 집계(aggregation)함으로써 거시경제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 즉, 현실에서 관측되는 거시경제 현상은 결국 미시적인 의사결정의 합인 것이다. 따라서 원론적으로 거시경제학과 미시경제학이 특별히 구분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거시경제 현상이 그에 상응하는 미시경제 현상의 단순 합과 다르다는 점에 거시경제학의 존재 이유가 있다. 예를 들어 개별 노동자들은 임금 변화에 노동시간을 비탄력적으로 조정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이를 집계한 총노동시간은 임금 변화에 탄력적으로 반응한다. 다른 예로, 개별 상품 중에는 가격이 경제 여건에 따라 자주 조정되는 재화나 서비스가 있는 데 반해, 물가수준은 상당히 경직적으로 움직인다.
이번 개정판은 이러한 거시경제 분석과 미시경제 분석의 차이를 구분하면서도 이 둘의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을 강조하고 있다. 국민소득(GDP)과 물가수준 같은 거시경제 변수가 개별 경제주체가 내린 결정의 산물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의 이전 판을 포함하여 거의 모든 거시경제학 교재가 미시적 기초를 다루었지만, 이를 국가경제의 기본 문제인 장기적인 경제성장과 단기적인 경기변동을 설명하는 거시경제모형에 일관된 방식으로 융합시키지 못했다. 반면에 이 개정판은 미시적 기초를 전면에 내세우고 이를 토대로 대표적인 경제성장모형과 경기변동모형을 도출한 후 정책시사점 등을 논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견 어렵게 보이는 내용은 몇 단계에 걸쳐서 직관 또는 간단한 수식과 함께 쉽게 풀어서 설명하고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현대 거시경제학 이론 전체가 미시적 토대 위에 세워졌고, 이에 발맞추어 최근 세계 유수의 대학들이 미시적 기초에 바탕을 둔 거시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우리는 이번 개정이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필요한 방향이라는 데 모두 의견을 같이했다.
둘째, 가장 최근의 새케인즈학파 모형을 중심으로 여러 거시경제모형 간 공통점과 연관성을 강조하였다. 거시경제학을 처음 접했을 때 독자 대부분은 알아야 할 거시경제모형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어떤 독자는 당혹감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첫 인상이 절반은 맞지만 절반은 실제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최근 거시경제학자들은 장기적인 경제성장과 단기적인 경기변동 같은 전통적인 주제 이외에 금융, 노동, 조세, 교육, 환경, 불평등, 인구구조 변화 등 다양한 이슈들을 거시경제모형을 이용하여 분석하고 있다. 물론 하나의 모형으로 이 모든 현상을 설명하기는 불가능하다. 결국 거시경제학이 연구대상으로 삼는 주제가 다양해짐에 따라 모형의 다양성이 커진 측면이 있다.
하지만 거시경제학의 주된 관심사인 경제성장과 경기변동에 초점을 맞추면, 현대 거시경제학에서 모형 간 차이가 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예전과 달리 거시경제학자들은 실질적으로 동일한 동태적 일반균형모형을 이용하여 장기적 성장과 단기적 변동을 분석하고 있다. 이 두 현상 모두 1) 가계가 주어진 제약조건에서 효용을 극대화하고, 2) 기업은 이윤극대화를 달성하며, 3) 정부는 예산제약 속에서 정책을 집행하고, 4) 거시경제의 모든 시장이 청산된 결과이므로 장기균형(경제성장)과 단기균형(경기변동)의 결과라는 차이만 있을 뿐 서로 다른 모형으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여기서 소개되는 모형들의 출발점은 바로 솔로우 성장모형(Solow growth model)이라 할 수 있다. 이 개정판은 솔로우 모형이 다른 모형들과 마찬가지로 일반균형모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새고전학파의 일반균형모형(예를 들어 실물경기변동모형)은 솔로우 모형에서 단순하게 가정했던 소비·투자 및 노동공급 행위를 미래전망적인(forward-looking) 경제주체의 미시적 의사결정으로 대체하여 좀 더 일반적으로 확장한 모형이다. 그리고 새고전학파 일반균형모형의 핵심 가정, 즉 경제의 모든 기업이 가격을 신축적으로 즉각 조정한다는 가정을 현실경제에 좀 더 가깝게 일부 완화한 모형이 새케인즈학파의 가격경직성모형이고, 이 모형에 국가 간 재화 및 자금 이동까지 고려한 모형이 새케인즈학파의 개방경제모형이다. 이는 현실경제의 적합성 면에서 볼 때 솔로우 모형과 새고전학파의 일반균형모형이 새케인즈학파 거시경제모형의 특수한 형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주요 모형들 간 연관성에 대한 논의는 거시경제학의 주요 모형들이 별개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제로금리 하한(zero lower bound ; ZLB)과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과 같이 지난 10여 년 동안 거시경제의 뉴노멀이 되어 온 거시경제 현상에 대한 논의를 독립된 장으로 추가했다. 역사적으로 경제가 유동성 함정에 빠지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현상은 최근 여러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거시경제학의 가장 중요한 정책 어젠다 중 하나가 되었다. 특히 1990년대 이후 일본은 “잃어버린 20년” 동안 극심한 디플레이션과 함께 명목이자율이 제로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유동성 함정에 빠졌다. 또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대침체(Great Recession), 그리고 최근 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하여 주요 선진국의 정책당국은 대규모 재정진작과 함께 확장적 통화정책을 통해 기준금리를 낮추었다. 특히 미 연준은 지난 15년 중 10년 동안 연방준비자금 금리를 0%에 가깝게 유지하면서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시행하였다. 더 이상 제로금리 하한과 유동성 함정을 예외적인 현상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이다.
넷째, 모형의 미시경제적 토대를 유지하되 모형을 되도록 단순화함으로써 독자들이 거시경제학의 주요 이론 및 정책시사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미시적 기초를 바탕으로 한 일반균형모형의 분석이 다소 복잡해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모형경제가 경제여건의 변화에 반응하는 메커니즘이 동시에 여럿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실증적으로 덜 중요하거나 주요 결론에 영향을 주지 않는 부분을 모형에서 과감히 생략함으로써 핵심 메커니즘이 명확히 드러나도록 했다. 게다가 앞서 말한 대로 모형들의 ‘공통분모’가 상당히 크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예시한 것도 독자들한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끝으로, 이 개정판은 경제학원론과 고등학교 수준의 수학을 배운 독자를 대상으로 한다. 학부 수준의 경제학 교재에 자주 등장하는 간단한 미분도 모형분석에 거의 사용하지 않았으며, 대신 이론의 직관적인 이해에 중점을 두었다. 이 책의 2장(거시경제학 방법론)은 경제학원론에서 배웠던 미시경제이론 중 거시경제 분석에 유용한 부분을 요약하고, 책 전반에 걸쳐 거시경제모형의 단순화를 위해 사용될 몇 가지 가정을 소개하고 있다.
이번 개정판을 저술하는 과정에서도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김한솔(서울대 박사과정)은 개정판 전반의 데이터 업데이트와 요약, 연습문제 정리 등을 도와주었고 윤혁진, 윤성욱(이상 서울대 경제학부), 김수빈(서울대 영어영문학과)은 재교지를 꼼꼼히 읽고 개정 내용에 대해 코멘트와 함께 오탈자도 찾아주었다. 율곡출판사 박기남 사장님과 방조일 주간님께서는 인내심을 갖고 저자들의 책 개정을 독려해 주셨다. 모든 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물론 항상 우리 곁에서 함께 자리를 지켜준 가족들에게도 고마움과 사랑을 전한다.
끝으로 지난 40여 년 동안 이 책에 보내주신 독자들의 관심과 지도편달에 새삼 깊은 사의를 표하며, 이번 개정판부터 공동저자로 한 팀이 된 이재원 교수와 함께 더 좋은 책을 만드는 데 정진할 것을 약속한다.
2022년 2월 28일
정운찬ㆍ김영식ㆍ이재원
제I편 거시경제학 들어가기
제1장 국가경제란 무엇인가?
제2장 거시경제학 방법론
제II편 거시경제의 장기적 측면과 경제성장모형
제3장 장기적 경제성장의 주요 사실
제4장 외생적 경제성장이론
제5장 내생적 경제성장이론과 경제성장정책
제III편 거시경제학의 미시적 기초
제6장 소비와 저축
제7장 소비‧여가와 노동공급
제8장 노동수요와 투자
제9장 실물부문의 일반균형
제10장 화폐와 물가수준
제IV편 거시경제의 단기적 측면과 경기변동모형
제11장 단기적 경기변동의 주요 사실
제12장 새고전학파의 경기변동모형
제13장 새케인즈학파의 경기변동모형
제14장 필립스곡선과 기대
제15장 제로금리 하한과 유동성 함정
제16장 개방경제의 거시경제학
제17장 통화정책의 여러 문제
제VI편 거시경제이론의 발전
제18장 소비이론과 투자이론
제19장 노동시장이론
제20장 금융과 경기변동이론